여기는 칠레의 뿌꼰이라는 도시
남반구라 여기는 겨울
여름에는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리는 곳이지만 지금은 너무나 한적한 곳이다
호스텔 도미토리에도 아무도 없고 나 혼자 묵고 있었는데....

첫째 날엔 뭐 그냥 잘 잤고
둘째 날이 문제다 (사실 4시간 전에 일어난 일임..)

내 도미토리는 2층에 있고 밖을 볼 수 있는 발코니랑 연결이 되어있는데
발코니랑 연결된 문이 첫째 날에는 잘 잠기다가 둘째 날 잘 안 잠기는 거다 -_-
뭐 밖에서 발코니로 올라오는 사다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2층이니까
별 생각없이 문을 닫기만 하고 잤다

그리고 보통 도미토리를 이용할 때에는 복대를 베개아래에 두고 자거나 그냥 배에 차고 자는데
혼자 방에 있을 경우에는 딱히 그럴 필요가 없어서 노트북이나 복대나 그냥 대충 놔두고 잔다
왜냐하면 문을 잠궈놓았고 내가 자고 있는데 누가 들어오겠냐고 -_-
보통 내 물건을 누가 훔쳐갈랑가 하고 생각하면 호스텔에 같이 묵는 사람이나 호스텔 직원이라고 생각하지
외부에서 몰래 방에 쳐들어와서 가져갈 거라고는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벽 6시반쯤 자다가 뭔가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어떤 외국인이 큰 가방을 들고 문에 서 있는거다
뭐 도미토리니까 관광객이 새벽에 도착해서 도미토리 들어왔나 하고 다시 자려고 하는데
내가 본 그 외국인이 서 있던 문 위치가 이상한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순간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내가 도미토리 구성을 잘 못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드는 찰나!!!

뭔가 이상한 느낌이 뇌리를 팍 스치면서 일어나니 발코니쪽 문이 열려있는거다
나름 빨리 일어나서 발코니로 나가니까 내가 본 외국인 도둑놈이 먼저 뛰어가고
그 뒤를 조그만 사람 한 명이 따라간다
(난 뒤에 따라가는 조그만 사람이 우리 호스텔 주인인 줄....-_-)

그래서 내가 뭘 했게?

내가 한 거라곤 "악!!" 외마디 비명 -_-;;;
그리곤 일단 뭘 가져갔는지 보니까 큰 배낭이 안 보인다 -_-
뭐 큰 배낭안에 있는 건 대부분 옷가지들 그리고 옷가지들도 다 빼놨는데 바보들......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시 떠오르는 내 복대 -_-
복대는 아무렇게나 던져놓기가 그래서 큰 가방안에 넣어놨는데......아아아아아!!!!!!!!!!!!ㅠㅠㅠㅠ
거기엔 12000칠레페소 (27만원정도), 400 아르헨티나 페소(12만원정도),  172달러 (20만원정도)
다 합치면 60만원정도네...........
거기다가 여권, 내 신용카드 현금카드들도 다 들어있는데.......
(물론 이 순간엔 그냥 꽤나 많은 돈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아아아악!!!!!!!!

그리곤 뭐가 없어졌나 찾아보는데 노트북은 보이는거다 -_- 다행;;;
그런데 작은 가방이 없다!!!!!!!!!!!!!!!!!
순간 또 거기에 뭐가 있는지 생각했는데 일단 카메라만 생각이 난다 ㅠㅠ
아 내 카메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이런 생각은 접어두고 나가보려고 했는데
그 놈들은 두 명인데 난 혼자잖아
그럼 무기를 들고 나가야 할텐데 뭐 무기로 쓸만한 게 보이지 않는다..........
밖에 비는 계속 주룩주룩 내리고............

뭐 그놈들은 이미 도망쳐서 지네들만의 아지트로 갔겠지.....

무기도 없이 나 혼자 쫓아가서 뭘 하겠냐....
그래서 그냥 호스텔 직원 깨우고, 직원이 경찰에 전화를 하고 사장도 깨웠다
사장이라 해봤자 나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 친구..
경찰은 한 20분정도 후에 호스텔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걸 물어보고 뭘 적으라고 하기도 하고...
그러더니 떠났다...

난 인터넷전화로 카드회사들에 전화를 해서 카드 분실 신청을 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사건 발생 2시간쯤 후, 경찰이 호스텔에 와서는 내 가방을 찾았다고 했다
물론 카메라나 돈이 들어있을리는 만무하다

다만 불행중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가방안에는 도둑놈들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이 있었는데
(약, 가이드북 같은 것들)
나한테는 너무나도 소중한 여권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신한, 시티은행 보안카드들을 가지고 있던 카드지갑이 있었는데
복대에 넣어놓은 현금카드랑은 다르게 신용카드는 그 카드지갑에 넣어놔서 신용카드 하나는 살았다

여권이랑 신용카드가 있으니 다른 것들을 잃어버렸다고 해도 여행은 계속 할 수 있다
다 잃어버렸으면 다시 칠레 수도인 산티아고로 가서 영사관에도 가고 암튼 복잡해 질 수도 있었는데
불행중 다행이다!!!

결국 크게 잃어버린 건 카메라, mp3, 영-스 전자사전, 60만원정도의 돈 정도
저것들만 대충 다 합하면 120만원쯤 되겠다 -_-;
뭐 어쩌겠음; 이미 일어난 일 다시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하면 120만원이야 뭐 또 금방 만들 수 있는거니까...
일단 사진기나 사서 다시 여행 시작해야겠다!!!

근데 호스텔에 도둑이 들어서 잃어버린건데 호스텔에서는 아무 보상도 못 받나? ㅠㅠ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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