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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우리가 있는 장소에서 다른 어떤 곳으로 이동을 할 때
버스나 기차를 많이 이용한다
그리고 만약 기차를 이용한다면 표를 끊고 기차안으로 들어가서
자기 좌석에 앉아서 우리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까지 간다

그러나 이 곳 리오밤바에서는 표를 끊고 기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차 위로 올라가서 창문에 한정되어 있는 경치가 아닌
사방팔방 360도 모든 전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나 역시도 이 '지붕위 기차' 하나 때문에 리오밤바에 왔다

지붕위 기차는 일주일에 세 번 새벽 6시~6시반쯤에 한 번만 운행하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몰리고 지붕위에서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나름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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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다른 사람들이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었다




보통 기차가 출발하기 전날 리오밤바에 도착해서 하루를 자고 새벽에 기차를 탄다
나 역시도 하루 전에 리오밤바에 도착해서 '지붕 위 열차' 표를 사려고 했는데
조금 늦게 갔더니 이미 표 파는 시간이 지났다고 다음 날 새벽에 와서 사란다
물론 그 전에 오불당에서 봤던 정보도 당일에 가도 표가 있다고 해서 별로 걱정하진 않았다

전날 페루로 간다고 바뇨스를 떠났던 현종이를 이 곳 리오밤바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만나서
같이 저녁도 먹고 다음날 같이 지붕 위 열차를 타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6시반쯤 기차가 떠난다고 해서 5시 반이 조금 넘어서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이미 사람들로 꽉 차고 우리들이 제일 늦은 것 같았다
현종이는 전날 이미 표를 사놓아서 먼저 들어가고 나도 표를 사려고 하는데 표가 매진이라고 한다

어? 뭐라고?

그럼 나 어떡하라는거?

리오밤바에서 기차를 못 탈 경우 지붕위 기차를 탈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두어시간정도 떨어져 있는 알라우시로 가서 기차를 타는 거다
물론 리오밤바 여기서 출발하는 기차와 알라우시에서 타는 기차는 같은 기찬데
리오밤바에서는 못 태우고 알라우시에서는 어찌 태울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중간에 내리는 여행자들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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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들어가 있는 현종이와 밖에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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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이는 지붕위로 올라가고..




어쨌든 나보고 버스를 타고 알라우시로 가서 기차를 타라고 하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러기가 싫었다
전날도 우연히 만났지만 이 새벽에 기차역 근처에서 또 우연히 만난 EBS 세계테마기행 촬영팀이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고 강추를 했기 때문에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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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보고타에서 7월에 봤었는데 12월 에콰도르에서 다시 뵈었다, 민우형님과 오른쪽 피디님은 그대론데 왼쪽 카메라감독님만 바뀌셨다 ^-^; 민우형님은 <1만시간동안의 남미> 책의 저자 :) 그 책에 나온 일본인 친구 카즈마는 내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에서 일주일정도 같이 여행한 친구이기도 하다-




기차에 좌석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에 50명이 정원이라면
이 새벽에 한 두명정도는 알람소리를 못 듣고 이 곳에 못 왔을수도 있지 않을까?
나름 무대포 정신으로 기찻표 파는 사람에게 나는 알라우시로 못 가고
여기서 무조건 타야 한다고 Por favor (제발..)을 연신 외치며 기차역 앞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리가 없다고 하더니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좀 기다려보라더니
기차쪽으로 가서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니 이따가 출발하기 바로 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오케이!! ^-^
왠지 기차를 탈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기분!!!

결국엔 기차가 출발하기 바로 전 11달러짜리 표를 끊고 기차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게 뭥미?
지붕위엔 이미 사람들로 꽉 차서 올라갈 수가 없는거다
뭐야 그럼 11달러 내고 그냥 기차 안에 타고 가라고?
뭐 일단은 기차에 탄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니 아무말 없이 기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기회봐서 지붕위로 올라갈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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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얻은 기찻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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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이다 -_-;;




기차안은 너무나 포근하고 따뜻해서 잠이 솔솔왔다
내가 이렇게 기차안에서 자려고 이 새벽에 일어난건 아닌데 졸린 걸 어쩌나...
사실 딱히 멋진 풍경도 볼 수 없었고 그냥 우리나라 시골풍경을 보는 듯 했다
한 시간쯤 가서 잠깐 쉬는데 다들 내려서 화장실도 가고 간식도 먹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물론 지붕위에 있던 사람들도 다 내려왔고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어쨌냐구? 그냥 기차 지붕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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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췌하구나 너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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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마찬가지 ㅎㅎㅎ




그리고 지붕위에 있던 현종이한테 어땠냐고 물어보니 너무너무너무 추웠다고 했다
산속의 새벽 거기에다가 바람막이 하나 없는 기차 지붕 위..당연히 추울 수 밖에..
지붕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계셨는데 그 분들은 다시 지붕위로 안 올라오실 것 같다며..
다시 기차는 출발하려고 경적을 울리는데 지붕위는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자리가 아주 충분했다.
지붕위에서는 방석도 1달러주고 빌려야 했는데 나는 그냥 다른 사람이 쓰던 방석을 썼다 하하하
그래도 방석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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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위는 정말 추웠다
나는 어제 비에 홀딱 젖어서 신발은 배낭속에 넣어두고 맨발에 샌달을 신었는데...
발이 너무나 시렸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작은 배낭속에 챙겨놓은 양말을 신었다
양말 + 샌달 조합은 검정구두 + 흰양말처럼 좀처럼 어울리지 않지만 추운데 어쩔겨?
일단은 나도 살고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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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춥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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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추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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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 샌달 하하하;;;




처음에는 춥기만 하고 여전히 멋진 풍경들은 나타나지 않아서
그냥 버스타고 가서 알라우시에서 탈 걸 그랬나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판타스틱한 풍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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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안 있어 알라우시에 도착했다
나같이 리오밤바에서 표를 못 사서 알라우시에 온 사람들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가장 하일라이트인 알라우시 - 악마의 코 - 알라우시 코스만
보러온 사람들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우리 기차에 타지는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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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가로지느는 기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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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




잠깐 또 화장실 갈 시간을 주고 현종이가 화장실을 갔는데
기차가 출발하려고 해서 현종이가 바지도 제대로 못 추스리고 기차위로 오르는 상황이 연출됐다
다들 현종이 하나만 기차에 오르길 기다리고 있어서 그 상황을 나만 본 것이 아니라
기차에 타고 있던 모두가 봤고 함께 웃으면서 기차는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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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현종이는 한의대생 ㅎ 나중에 한의원 차리면 놀러가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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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우시에 있는 동상, 근데 누구지?




확실히 하일라이트 코스는 입을 딱 벌어지게 할 만큼 아름다운 장관이 펼쳐졌다
중간에 먼저 출발한 다른 기차도 만나고
방향을 바꿔서 우리가 있던 뒷쪽이 앞쪽이 돼서 움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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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아지는 절벽을 타고 기차가 내려가는데 조금 무섭기도 했다
무슨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조그마한 냇가도 지나고 꽤나 커다란 산들을 지나서 기차가 섰다
그리고 모두가 내린다 설마 여기가 악마의 코?
악마의 코같은건 전혀 보이지도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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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악마의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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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어디 있는 걸까? -_-;;




기차에서 표 검사하고 방석파는 아저씨에게 어디가 대체 악마의 코냐고 물어보니
저쪽 산을 가리키신다 근데 아무리 봐도 악마의 코가 어딨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악마의 코라고 유명한 곳이라니 사진은 찍어야 할 것 같아서 현종이랑 사진 한 방 찍고
다시 이제 알라우시로 돌아가는데 지붕위에 탔던 사람들은 지붕 위에 못 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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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안에 있던 사람들이 지붕위로 올라갈 차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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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코라니 일단 코를 가리키며 사진 한 방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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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쟁이 현종이 ㅎ




기차 안에 있던 사람들을 지붕 위로 올려보내려고 하는 생각은 좋다만
방석을 또 새로 1달러씩 받고 빌려주는 걸 보면서 결국은 장삿속이구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우리는 열차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보니 지붕위에 자리가 좀 더 남아있길래 다시 지붕위로 올라갔다 하하
우리들한텐 방석값을 또 받을 수는 없어서 아쉽지?
그래도 어쩔거여 -_- 우리는 이미 방석값을 냈잖아 아까전에
(뭐 사실 나는 안 냈고 다른 할머니인지 할아버지가 냈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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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곳에 박물관이 있길래 줌을 땡겨서 찍어봤다;; 뭐지?;;ㅋ




다시 알라우시로 돌아와서는 현종이는 이제 페루로 가기 위해서 꾸엔까로 버스를 타고
나는 콜롬비아 메데진으로 돌아가서 호스텔에서 일 하면서 스페인어 공부를 할까
아니면 페루로 내려가서 남미 여행을 하고 원래의 계획대로 아프리카로 넘어갈까
고민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알라우시에 남기로 했다
그리고 귀얇은 나는 보고타에서 만났던 영준이형이랑 채팅을 하면서
콜롬비아로 돌아갈 생각으로 마음을 굳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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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우시에는 인디헤나들이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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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붕열차 때문에 사람들이 잠깐 들리는 곳이라 그런지 너무나 관광지화 됐다고 해야할까? 물가도 너무 비싸고 볼 것도 없었다, 호스텔들도 정말 오래 있고 싶지도 않게 생겼는데 가격은 또 싸지도 않다 -_-;




콜롬비아로 다시 돌아간다는 얘기는 내가 계획했던 세계여행을 어느정도는 버리고
스페인어 어학연수 + 남미여행 후 한국으로 가는 것으로 바꿨다는 의미다
나에게는 상당히 큰 변화이지만 나는 누구를 위해서 세계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 자신을 위해서 여행을 시작한거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다

꼭 내가 계획했던 대로 세계여행을 할 필요는 없는거다
계획은 언제나 충분히 변경가능한 것이고
세계 여행 시작전부터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곳에서 하는 장기체류는 언제나 머릿속에 있었다

콜롬비아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하고 알라우시에서 하루를 묵은 뒤
에콰도르의 수도 끼또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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