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4일 수요일

오늘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아..언제쩍? -_-) inti raymi 축젯날이다
[잉카시대때 많이 사용되었던 께추아어로 inti는 태양 raymi는 축제를 의미한다]
약 500년전 스페인이 침략하기 전에 번성하던 잉카 제국이 했던 의식을
거의 비슷하게 행하는 건데 페루에서는 가장 큰 행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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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하기 3일전에 꾸스꼬에 도착했는데 매일 퍼레이드를 하다가 축제 전 날인 23일에는 밤 늦게까지 아주 기나긴 퍼레이드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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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모두 23일 축제하기 전 날 한 퍼레이드 사진들 :)



오늘은 6월 24일! 매년 오늘 인띠 라이미를 하는 이유가 뭘까?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2006년 연합뉴스 'koica 리포트' 라고 해서 기사가 하나 있었다

<남반구에선 정확하게는 6월 21일이 하루 해가 가장 짧은 동지 날이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해시계를 사용했던 잉카시대엔 6월 24일 해가 뜨기 전까지
태양이 여러 날 동안 같은 장소에 머무르는 것으로 관찰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잉카 사람들은 이 날을 태양이 어둠을 이기는 날로 생각하고,
태양의 새해라고 부르며 6월 24일을 기념했다>

다양한 옷을 입고 가벼운 춤을 추고 께추아어로 말하며 의식을 시작하는데
잉카의 정신을 계승해서 하는 것이고 잉카인들에게 그토록 중요하게 여겨졌던
이 곳 꼬리깐차라는 곳은 잉카인들이 진짜 황금을 이용해서 세운 황금의 사원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이 침략을 해서 신전을 무너뜨리고 황금을 가로채서 본국에 보내고
그 위에 새로 교회를 지은 곳이 지금의 꼬리깐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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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이 꼬리깐차다. 저기 교회 중간에 검정 돌이 보이나? 그게 바로 잉카의 돌이고 아마도 그 돌 위로 금으로 된 벽이 있었을 것이고 또 그 금 위로 태양의 신전이 지어져 있었겠지




근데 그냥 침략당한 그 모습 그대로 꼬리깐차를 놔두고 잉카의 축제를 한다고?
우리나라로 치면 과거 경복궁 안에 일본놈들이 지었던 조선총독부 청사에서
광복절 기념 행사를 하는 느낌정도일까?
(조선총독부 청사는 과거 10여년 동안 국립 중앙 박물관이었다...15여년전에 철거를 했지만)

물론 여기엔 다른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35년동안 식민지배를 당했고 라틴아메리카는 무려 500여년동안 식민지배를 당했다...
만약 우리나라도 일본에게 500여년동안 식민지배를 당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의 라틴아메리카처럼 못 살았겠고 (아마도 그랬겠지, 일본이 좋은 것들은 다 쓸어갔을테니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옛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방문했겠지?
만약 그랬다면 우리 역시 경복궁 안에 있던 조선총독부 청사 앞에서
우리나라 전통옷인 한복을 입고 우리나라 전통 춤인 부채춤을 추고
외쿡인들과 우리들은 그 앞에서 좋다고 쳐 웃으면서 그 행사를 즐기고 있을까?
아닐까?

어쨌든 이런 생각을 좀 했다는 거고 난 오늘 이 태양의 축제를 즐기러 온 몸이므로 즐겨야 하겠지?
그느데 나는 라틴민중을 위해 암것도 하지 않으면서 생각만 많고 말만 많다
말이라는 것은 행동이 함께 해야 효력이 있지 그냥 말만 하는 건 개소리일뿐

암튼 6월 24일에 나의 하루를 적어보도록 하자!

9시에 잉카시대때 태양의 신전이었던 꼬리깐차에서 축제가 시작한다고 해서
알람을 7시에 맞춰놓고 잤는데 알람이 울리질 않아서 조금 늦게 일어났다 7시 20분쯤?
일어나자마자 왜 알람이 안 울렸는지 확인해봤더니 7:00 pm 으로 맞춰놨었음 '-';;;

일어나서 태현이를 깨우면서
"야 벌써 7시 넘었다 일어나! 7시에 일어나자면서" 라고 하니
이 자식 하는 소리가
"니가 7시에 일어나자고 했잖아!!"
그러곤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이거 뭥미?

90달러나 하는 inti raymi 티켓을 산 건 그대요
inti raymi에 대한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도 당신이기에
별 큰 관심없는 나는 더 누워서 달콤한(달콤했으면 좋겠지만)잠에 다시 빠져부렸다
조금 잤을까? 눈이 저절로 떠져서 시각을 확인하니 7시 40분쯤 -_- (나 잠은 잔거니?)

에휴 너무나 착한 형주씨,
친구가 혹시나 늦잠을 자서 축제를 놓칠까봐 무의식속에서도 친구를 그리 위한겁니까? +ㅁ+
다시 곤히 쳐 자고 있는 태현씨를 깨우고는 대충 고양이 세수 + 이 대충 닦기 신공을 펼친 후
호스텔을 벗어났다- 이제 겨우 8시 :)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일단 배가 고파서 뭘 먹을까 하다가 역시나 우리의 2솔짜리
arroz con huevo (밥 with 달걀 - 850원정돈데 감자튀김이랑 샐러드도 얹어준다 ㄲ ㅑ울!) 를 먹으러
시장으로 달려갔다
금방 게걸스럽게 아침을 헤치우고는 꼬리깐차로 고고싱 - *
가는 길은 너무나도 한산해서 꼬리깐차에도 사람이 없겠거니 하고 꼬리깐차에 도착했는데...

인산인해- ㅎㄷㄷ 너무나도 북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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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있던 곳은 여기서 멀다 -_-




그래도 우리딴에는 좋은 자리를 찾아보겠다고 어슬렁거리다가
1분에 0.0001걸음씩 앞으로 옮기기 신공을 펼치기로한 태현씨
셋째줄에 있다가 둘째줄로 파고들기 성공!
앞 사람은 키가 작은 아주머니 :)
사진찍기의 고수다운 전략을 펼쳤다 ㅎㅎ

나는 고수의 전략을 따라가지 못하고 다른쪽을 서성거리다가
운좋게도 그냥 쉽게 둘째 줄 자리를 섭렵했다
하지만 나의 카메라 장비(장비라고 할 수도 -_-;)는 고수의 카메라 장비의 발톱의 때만큼도 못 따라가니
제목 <같은 자리 vs 다른 사진> 부제 [최형주 떡실신] 으로 네이버 1면에 떠도 할 말이 없을 터
나의 아쉬움을 말로 표현하자면 '좆ㅋ망ㅋ'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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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건지 뭔지...이쪽으로 들어올 거였으면 미리 통로를 만들어놨어야 하는데;; 사람들을 밀치면서 겨우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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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듯 보이는 잉카왕의 퍼포먼스는 한 없이 작게만 보였으니
오호 통재라!
11시에 plaza de armas에서 있을 두번째 행사를 기대하는 수 밖에...
하지만 plaza de armas에 도착했을 때는 또다시 수많은 인파에 무엇을 본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태현이는 또 어떻게든 좁은 공간을 파고들어 사진을 찍을만한 공간을 만들어냈지만
나는 태현이만큼 크게 사진 찍는것에 대한 열정도 없을뿐더러
지금 이 축제를 구성하는 다양한(?) 의식이 그다지 나에게 큰 신명을 가져다주지 않아서
급 피곤함은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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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 가려서 퍼포먼스들을 볼 수가 없어서 나는 그냥 호스텔에 가서 잠시 쉬다가
삭사이와망이나 가서 정말 하일라이트나 볼 생각을 했다
근데 태현이는 찾을 수가 없어서 혼자 호스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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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듯 -0- 물부터 빨리 마시고는 화장실도 들리고 ㅎ
침대에 누우니 잠이 솔솔 온다 ^-^;;;
30분만 자고 삭사이와망으로 갈까 어쩔까 하면서 침대에 계속 누워있는데
벨소리가 들리고 태현이가 들어온다 :)

내가 여기 있을 줄 알고 찾아왔냐고 물어보니 목 말라서 왔다나?
암튼 다른 볼 일이 있어서 온 -_-
다시 준비를 해서 암튼 같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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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산 위로 올라가야 삭사이와망이 나타나는데
좁고도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꽉 차서 줄을 서서 올라갔다

1시 30분에 의식이 시작하는데 내가 그 곳에 도착한 시각은 12시쯤?
이미 사람들이 ㅎㄷㄷㄷㄷ 당최 앉을 자리가 안 보인다 ㅠㅠ
태현이는 뭐 90달러짜리 티켓을 이미 사서 전혀 문제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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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지인들이랑 다른 외쿡인들이랑 근처 언덕에 자리를 잡았다
꽤나 멀었지만 그래도 대충 볼 수는 있을 것 같았음  ^ ^
옆에 앉아있던 페루 아줌마들이랑 수다 떨고 있는데
뒤에서 앉아있던 외쿡인이 내 이름을 부른다

"호옹주?"

미쿡인 david ㅎㅎ 한쿡 파주 영어마을에서 선생님을 했었고
지금은 꾸스꼬 근처 우루밤바라는 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스페인어도 어느정도 해서 그냥 스페인어로 대화를 했다 ^-^

나보고 어디 사느냐고 해서 '내가 말하면 니가 알겠니?' 하는 표정을 지으니
말해보란다 :) 테크노마트 아냐고 물어보니까 안다고 ㅎㅎㅎ
거기서 15분쯤 걸어 가면 우리집 나온다고 했다 ㅋㅋ

중간에 페루 아줌씨들이 아이스크림 (español로는 helado) 파는 아저씨를 보더니
한국어로는 뭐라고 하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영어를 가져다 쓴다고 하면서
영어로는 icecream 인데 우리말로는 아이스크림 이라고 하면서 그렇지 않냐고
david한테 말하니 한쿡인처럼 아이스크림이라고 발음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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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계속 모인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없고 내 살들이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아침에 챙겨온 색동 외투옷은 이제 내 추위를 막아주는 용도에서
강한 햇볕을 막아주는 용도로 탈바꿈하고...

그걸 불쌍하게 봤는지 스페인 여자 아이가 썬블락을 빌려줘서
얼굴에 조금 발랐다 ㅎㅎ Muchas Gracias !! :)
의식이 시작하는 1시 30분이 되기 전까지는 스피커로 다양한 노래를 흘리는데
노래가 참 분위기에 안 어울리는 이상한 노래들만 -_-;;

콜롬비아 가수 후아네스(juanes) 노래 para tu amor (너의 사랑을 위해서)가 나오더니만
무슨 타이타닉 주제가도 나온다 -_-;;;
기왕이면 페루 전통 음악들로 좀 깔아주지 뭐하는 거임?
david은 타이타닉 노래가 나오자 진짜 창피하다고 말하면서
타이타닉 포즈를 잡기도 하고 ㅋㅋ

우리끼리 떠들고 있는데 1시 30분이 얼추 됐다
그리고는 저쪽 위에서부터 사람들이 입장하기 시작한다
물론 꼬리깐차랑 plaza de armas에서 계속 봤던 그 사람들
뭔가 다른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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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멀리서 내 카메라 5.5줌을 최대한 땡긴게 이 정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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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동안 아래 위로 흔들거리는 춤을 추며 피릿소리가 나는 음악에 맞춰 입장한다.....
한 시간 동안!!!!!!! 다른거 하는 게 없고 그냥 입장만 한 시간동안 한다 -_-;;;;
뭔가 다른게 있을 줄 알았는데 -_ ㅠ
날은 덥고 자리는 언덕에 있어서 불편하고 의식은 재미도 없고;;;;;;;
다른 한 쪽에서는 소풍나온 것 처럼 돗자리 깔고 축구도 하고 배구도 하던데
그게 훨씬 재미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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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달러나 하는 저기 좌석들은 거의 외쿡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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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기다려볼까 하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나가기 시작하고....
군중심리라고 해야 할까? 나도 나가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ㅎㅎ
나가버렸다 ㅎㅎ
근데 조금 밖으로 나가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나와서 꾸스꼬 시내쪽으로 내려가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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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에서 조금 쉬다가 저녁이나 먹으러 나갔는데
뭔가 조용하고 경건한 의식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재미있게 막 노는 카니발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정말 적막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나 역시도 분위기가 좋으면 뭐 디스꼬떼까도 갈 생각이었는데 ㅎ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호스텔로 돌아와서 인터넷이나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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